대한민국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인력 문제의 주요 과제다. ‘긱 경제(Gig Economy)’의 패러다임으로 경력단절 여성을 포함한 재택 여성의 ‘1인 기업화’ 정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긱 경제의 패러다임을 검토해 보자. 긱 경제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연주자를 현장에서 섭외해 단기 공연했던 ‘긱(Gig)’에서 차용한 용어다. 우버 운전수와 같은 프리랜서에서 디자인 외주와 같은 프리 에이전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구성돼 있다. 긱 경제의 주역인 1인 기업은 자신만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유연한 상호협력을 통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2022년이면 전체 일자리의 43%가 긱 경제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긱 경제의 확산은 초연결 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 분해 현상으로 해석된다. 일자리(Job)가 일거리(Task)로 전환되는 현상이다. 직장에서의 직업이 개인의 개별적 업무로 바뀐다는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가 자유로우나 불안정한 일거리로 변화한다. 긱 경제에서는 일의 종류는 무한대에 가깝게 늘어나게 된다. 과거의 일과 놀이의 구별이 사라지고 있다. 체육관에서 무거운 물건을 드는 운동이 취미가 되고, 노래 불러주는 것과 음식 먹어주는 것이 직업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이제 인간의 모든 활동이 필요에 따라 일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1인 창업의 새로운 영역으로 200만 명이 넘는 재택 여성의 국가 경제 참여 방안을 생각해 보자.
재택 여성의 대표적 문제인 경력단절 여성 문제부터 보자. 대한민국의 여성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활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여성 고용율은 남성의 70%에 불과하다. 특히 30대의 여성 고용율은 5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혼 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력 여성의 결혼 기피로 이어져 결국 OECD 출산율 최저 국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20조원이 넘는 저출산 대책의 성과가 의문시되는 이유다. 특히 20조원이 넘는 예산 중 경력단절녀 관련 예산은 0.2% 수준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경력단절녀 관련 대책은 당장의 국가 경쟁력은 물론 미래의 국가 경쟁력인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국가 정책은 돌봄 서비스 정책, 기업의 경력단절 여성 고용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경력단절녀 취업 보조금 정책의 성과는 대단히 미미하다. 일의 본질이란 가치 창출과 분배의 순환이라는 일자리 순환의 원리에 입각해 볼 때, 경력단절녀의 취업이 본인과 직장에 잘 매칭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력단절녀는 자녀 양육을 병행하고 있다. 유연근무제가 대폭 확대되지 않는다면 경력단절녀 입장에서 일반적인 직장생활 시간에 맞추기는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적게 나는 경력단절녀 취업을 확대할 이유도 없다. 시간제 유연 근무의 경우 최저 임금의 130%를 지급하는 규정이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래서 정부 보조금이 끊어지면 취업도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이제 생각을 바꿔서 경력단절녀가 직장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직장이 경력단절녀에게 들어오는 재택 여성 1인 기업 정책을 구상해보자. 직장으로의 출근은 오프라인 소통을 통한 협업의 효과 때문이다. 전화와 e메일 정도로는 현장에서 급박하게 진행되는 업무를 소화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 워크의 업무 환경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증강 현실, 원격 영상 회의, 카카오 아지트와 잔디(Jandi)와 같은 온라인 협업 툴과 오피스365, 드롭박스, 에버노트 등 클라우드 기반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포함한 IT 기술의 발달이 오프라인 사무실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스마트 워크는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어 이미 플렉스잡(Flexjobs) 등 120개가 넘는 회사들이 사무실 없는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 워크는 재택 경력단절녀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대안이다. 스마트 워크는 오프라인 취업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 출퇴근에 따르는 교통비나 아이들을 시간제로 외부에 맡기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출퇴근하는 시간제 직업에 비해 50만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UDI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경력단절녀의 절반 정도가 월 50만원의 수입만 있더라도 재택 1인 기업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재택 1인 기업 수입 50만원은 시간제 근무 100만원과 맞먹는 가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워크로 업무가 가능한 일을 우선으로 재택 1인 기업을 육성해 보자. 단 스마트 워크 교육은 바우처 등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업무는 기업 비밀과 고관여 업무에서 공공 정보와 저관여 업무의 넓은 스펙트럼이 있다. 긴밀한 내부 소통이 필요하거나 회사의 기밀에 관련된 사안을 외부에 맡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저관여 정보 관리 작업은 재택 여성에게 충분히 위탁할 수 있다. 1차적으로 조사 업무가 대상이 된다. 기업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광범위한 조사로 시작한다. 문헌 조사가 필요하고 시장 조사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업 조사 보고서는 국내외 사례 분석이 절반을 넘고 있다. 많은 경력단절녀는 충분한 어학 능력을 갖추고 있고 구글 번역기가 이를 도와주고 있다. 해외 문헌조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기업의 업무 중 상당수 조사 업무는 재택 경력단절녀에게 이전이 가능하다. 조사 업무에 대한 가능성이 입증되면, 이제 기획 등 기업의 다른 업무를 맡길 수 있다. 오프라인 회사에서도 대부분의 실제 업무는 온라인 네트워크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비용의 0.1%인 1조원을 200만 경력단절녀에게 지급하면 1인당 50만원이 된다. 이들에게 사무용 도구인 노트북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도 있다.
경력단절녀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 그 다음은 탐색 비용을 줄여주는 매칭 플랫폼이 필요하다. 크몽(kmong.com)과 같은 인력 매칭 플랫폼을 활용하자. 이미 200만 경력단절녀의 명단은 여성가족부가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게 매칭 플랫폼을 안내하고 개인적으로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바우처 등을 제공하면 메칭 플랫폼이 확산될 것이다. 매칭 이후 여성 1인 기업의 활동은 각 기업으로부터 별점 등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국의 업워크(upwork.com)의 경우에는 이러한 평가 시스템이 정교하게 발달되어 있다.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사전 자격제도가 아니라 사후 품질 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터 역할을 하는 평판 시스템이 매칭 플랫폼의 중요한 역할이 돼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매칭 시스템은 초기에는 부족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1인 기업의 경우 계약을 하고 사후 정산을 하는 행정적 절차가 오히려 업무 자체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매칭 플랫폼은 이와 같은 행정적 절차의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 여기에 신뢰의 기술 블록체인이 스마트 계약으로 거래를 더욱 단순화시킬 것이다. 경력단절녀를 넘어 재택 여성 인력의 활용 대안으로 1인 기업 정책을 제안한다.
출처 : 중앙시사매거진(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20384)